본문 바로가기
SI PI EMC/Signal Spectra

[PCB EMI] 디저털 파형의 스펙트럼 (10)

by AllThatPCB 2025. 5. 20.

디지털 신호, 왜 스펙트럼을 봐야 할까? – 오실로스코프만으론 부족한 이유

디지털 회로 설계를 하다 보면 신호가 육안으로는 정상처럼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오동작을 하거나 EMI 테스트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단순히 시간 영역에서 파형만 보는 것으론 한계가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신호 이면에 숨은 주파수 성분, 즉 스펙트럼까지 분석해야 진짜 원인을 알 수 있습니다.

 

왜 푸리에 변환이 필요한가?

우리가 오실로스코프에서 확인하는 신호는 시간 축(Time Domain)에서 전압이나 전류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파형은 그 신호가 어떤 주파수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는 알려주지 못합니다.

디지털 신호는 겉보기엔 단순한 사각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개의 정현파가 겹쳐진 형태입니다. 이 신호를 푸리에 변환(Fourier Transform)하면 어떤 주파수 성분이 포함돼 있는지 주파수 축(Frequency Domain)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속 신호일수록 고주파 성분이 증가하며, 이 성분들이 EMI의 주요 원인이 됩니다.

이는 빛을 프리즘에 통과시켜 빨강, 파랑, 초록 등으로 분해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신호 역시 스펙트럼 분석을 통해 세부 성분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설계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오실로스코프와 스펙트럼 분석기의 차이

  • 오실로스코프: 시간 영역에서 파형을 관찰하며, 회로 동작 여부, 지터, 전압 변화 등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 스펙트럼 분석기: 주파수 영역에서 신호를 분해해 고주파 성분, 노이즈, 불필요한 방사 성분 등을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EMC 분석이나 RF 회로 설계에 필수적인 장비입니다.

결국 오실로스코프만으로 디지털 회로의 신호 품질을 판단하는 것은 전체 문제의 일부만 보는 것에 불과합니다. 특히 고속 설계나 EMI 이슈가 예상될 경우, 주파수 영역의 분석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실제 사례: 고주파 성분의 위험성

예를 들어 100 MHz 이상의 고속 클럭이 포함된 신호 라인을 설계했다고 가정합시다. 신호 자체는 정상적으로 동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에는 수백 MHz에 달하는 고조파 성분이 함께 존재합니다. 이러한 고주파 성분은 보드의 파워플레인이나 연결된 케이블을 통해 외부로 방사될 수 있으며, EMI 테스트에서 방사 노이즈 초과로 제품 인증이 거절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설계 초기 단계에서 스펙트럼을 병행해 분석했더라면 미리 파악하고 방지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단순히 “신호가 나오는지”만 확인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마무리하며 : 주파수 도메인은 설계의 또 다른 눈

디지털 회로는 단순히 ‘0’과 ‘1’의 조합이 아니라, 그 사이에 복잡하게 얽힌 다양한 주파수 성분들의 집합체입니다. 이러한 주파수 성분을 분석하고 제어하는 것이 바로 설계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입니다.

EMC 대책, 고속 신호 무결성, RF 간섭 문제 모두 주파수 도메인을 이해하지 못하면 해결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설계자는 오실로스코프라는 ‘눈’뿐 아니라, 스펙트럼 분석이라는 ‘귀’도 함께 열어야 합니다. 디지털 회로의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시끄럽습니다. 그 소리를 듣지 못하면 문제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